얼마 전, 젠슨 황 대표와 페이커 선수가 만났습니다.
AI 시대를 상징하는 CEO와 e스포츠 아이콘의 조우는
그 자체로 결이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만남에서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2026년 4월, 페이커 선수가 출연했던 <손석희의 질문들>이었습니다.
당시 손석희 앵커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AI처럼 감정이 없고 이성만 있다면
게임에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에 페이커 선수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저는 감정이 없으면 게임에 유리하겠다
는 생각은 해본 적 있습니다."
"그럼에도 감정이 없는 대결이라면
사람들은 안 볼 것 같아요."
손석희 앵커는 이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정답이군요"라며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 대화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AI의 영역이지만
서사와 직관은 인간의 영역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뻔한 결과,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정답 레이스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드라마같은 결과,
언더독이 우승 후보를 꺾는 경기,
전문가들의 평가를 뒤집는 서사 등
AI의 완벽함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변수와 불완전한 감정의 교류야말로
스포츠를 보는 이유이자 인간의 존재 이유인거죠.
기술은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앞서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AI가 완벽해질수록,
우리가 더 빠져드는 건
'가장 인간적인 서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젠슨 황 대표가 페이커 선수에게
최고의 그래픽 카드를 선물한 장면을 다시 복기해 봅니다.
그것은 단순히 '우리의 기술력이 이만큼 압도적이다'
라는 기술 권력의 과시가 아니었을 겁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무대를 만들 테니,
당신은 그 위에서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불완전한 드라마를 써달라'는 의미었을 것입니다.
AI가 세상의 모든 정답을 내놓을 수 있는 시대에서,
저는 우리 각자의 서사와 드라마가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