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위키를 시작한 이유

나의 메모 상자

나는 산만하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보고, 머릿속에 주제와 질문들이 한꺼번에 떠오르곤 한다. 돌아서면 잊는다. 그래서 메모를 한다. 일종의 링크를 남겨놓는 것이다. 바지 주머니에 쑤셔넣은 포스트잇 메모를 건조기에서 발견하는 일도 자주 있다. 지금은 주로 아이폰의 기본 메모장을 쓴다.

영화 메멘토 캡쳐. 몸에 메모로 문신한 금발, 수염자국이 있는 백인 남성이 원탁 테이블 앞에서 서류와 팔의 문신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메멘토’. 사진 네이버영화

메모들은 모아두면 서로 끌어 당긴다. 어느 날 우연히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나가거나, 오래전에 풀지 못했던 문제의 논거가 발견되곤 한다. 가끔 일어나는 행운이 아니다. 뭔가 있다. 자주 그렇다. 그래서 메모를 더 열심히 했다. 메모 자체가 답을 주는 건 아니지만, 메모와 메모 사이에 어떤 연결이 생기고, 그 연결이 답이 되거나 새로운 질문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걸 그 유명한 '인사이트'라고 한다.

또한 "창조는 편집이다. = 에디톨로지'라고 말 붙인 개념은 내가 추앙하는 방식이다. 이 개념은 누군가 하루아침에 발명한게 아니라 원래 인류가 그렇게 발전했다. 어떤 강연에서 제텔카스텐이라는 방법론을 처음 알게 됐다. "메모를 편집하는 것." 무릎을 탁 쳤다. 즉시 매뉴얼과 실천가들의 하우투를 찾아 봤고, 옵시디언 같은 걸 설치했다.

제텔카스텐은 운동 같다. 시작은 쉬운데 꾸준히 하는게 어렵다. 메모 편집의 대부분은 꾸준히 연결하는 것이고, 효과는 한참 지난 후 발견되기 때문이다. 여러번 시도했는데 매번 실패했다. 쓸만한 것은 복리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제텔카스텐을 시도하면서 확실히 알게됐다. 2026년에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품질 좋은 정보가 너무 많고, 매체와 채널이 너무 많다. 인풋은 압도적인데 연결은 충분히 따라갈 수 없다.

신간, 뉴스레터, 웹사이트, 단톡방, 유튜브, 링크드인, 팟캐스트. 다 보고 싶지만 할 수 없다. 다 알 필요도 없다. 어떤 건 맥락을 알면 되고, 어떤 건 내일 내 일에 투입할 수 있다. 문제는 밀려온 정보를 보관하고 분류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만난 정보 종류는 빅테크의 알고리즘이 만들거나 랜덤이다.

AI가 일상이 되면서부터, 매일 태풍이 분다. 매주 새 모델이 나오고, 매달 개념이 바뀐다. 비범함이 평범함이 된다. 전제가 흔들린다.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의 LLM Wiki

대부분의 사람들이 AI를 쓰는 방식은 고도화된 검색엔진이다. 웹검색을 문장으로 하거나, 자료 한 무더기를 업로드해 두고, 질문이 들어오면 거기서 관련 조각을 찾아 답을 만들도록 시킨다. 쓸만하다.(사실 이정도도 놀라울지경) 그런데 같은 질문을 나중에 다시하면, LLM은 처음부터 다시 찾는다. 어제와 오늘의 인풋은 다른데 새로운 연결이 없다.

LLM Wiki
LLM Wiki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의 제안은 자료와 사람 사이에 위키를 끼우는 것이다. 새 자료가 들어오면, LLM이 일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색인에 넣는 게 아니라 자료를 읽고, 기존 위키에 통합한다. 모순이 있다면 표시하고, 어디가 새로 업데이트 되었는지 표시한다. 인풋은 계속 추가되고 연결된다.

이 위키야 말로 제텔카스텐으로 도출해 내는 메모 연결의 결과다. 원래 내가 해야했던 걸 LLM이 돕는다. 나는 무엇을 읽을지를 고르고, 무엇을 물을지를 정한다. 정리·교차참조·기록은 LLM의 일이다. 나는 발견하고 가끔 삐딱해 지면 된다. 사람이 잘하는 일에 집중한다.

AI는 나의 제텔카스텐을 완성시켰다. 제텔카스텐의 핵심은 메모 한 장을 다른 메모와 연결하는 일이고, 그 연결의 누적이 결국 두뇌가 된다. 나는 메모는 쌓았는데 연결에 실패했지만, AI는 나보다 더 잘 연결하고 합성한다.

내 개인 위키말고 마케터들의 위키로 만들면 어떨까요?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가 고안한 LLM 위키는 어디까지나 개인을 위한 도구다. 나는 생각했다. 위픽레터에 이 위키를 장착해서 마케터들이 함께 쓸수 있는 두뇌로 만들자.

위키라는 매체의 본래 강점은 함께 업데이트 하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한 사람이 모든 항목을 쓰지 않는다. 누군가 추가하고, 누군가 고치고, 누군가 출처를 단다. 사람 한 명의 두뇌로는 도달할 수 없는 깊이가 누적의 결과로 나온다. 집단지성이다.

이 LLM위키는 그 작업의 시작을 LLM에게 맡긴다. 살아 움직이는 결과물을 모든 마케터들에게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