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회사가 아니라 창업자에게 화를 낼까? a16z 창업자들의 대담 41분 정리

0. a16z

오픈AI에 투자한 a16z(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입니다.
넷스케이프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과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가 2009년에 함께 설립했습니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코인베이스, 오픈AI에 투자했고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입니다.

이런 a16z가 요즘 미디어 회사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평일에 팟캐스트와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2025년에는 팟캐스트 네트워크 터펜타인(Turpentine)을 인수해 창업자 에릭 토렌버그(Erik Torenberg)를 미디어 담당 제너럴 파트너로 영입했습니다.
투자회사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a16z의 창업자 두 사람이 직접 설명한 영상이 있습니다.

1. 41분짜리 대담

영상 제목은 'The New Media Advantage'입니다.
a16z 행사 무대의 대담이고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진행은 에릭 토렌버그와 뉴미디어 팀의 개비 골드버그(Gaby Goldberg)가 맡았습니다.
진행자의 소개에 따르면 호로위츠는 이날 NBA 파이널 6차전 플로어석 표를 포기하고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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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Media Advantage 대담 무대. 왼쪽부터 개비 골드버그,에릭 토렌버그, 벤 호로위츠, 마크 앤드리슨. 출처: a16z 유튜브

보는 내내 속이 시원했습니다.
저는 과장된 의전과 보여주기식 시상식, 뭐 좀 있어 보이게 조율된 언론 인터뷰를 보면 두드러기 날 정도로 싫어요.
이 인터뷰 팟캐스트를 보니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함이 느껴졌습니다.

2. 인터뷰어를 똑같은 모범답안으로 만드는 훈련

앤드리슨은 1990년대의 일반적이던 미디어 트레이닝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블로그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회사를 알리는 경로는 기성 언론뿐이었고 언론에 출연하려면 어떤 템플릿에 맞추는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트레이닝 방식
그들은 인터뷰어를 카메라 앞에 앉힙니다. 한 시간 동안 모의 인터뷰를 합니다.
그리고 그 테이프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게 합니다. 빨리 감기는 없습니다.
앤드리슨의 표현으로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못된 짓" 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결과물입니다.
그 훈련을 통과해 TV에 나온 중요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플라스틱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당시 CEO들은 인터뷰의 성공 척도를 '아무 뉴스도 만들지 않았는가'로(모든 뉴스는 나쁜 소식이므로)측정했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와 언론과 시청자가 거슬려 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겁니다.

전환점은 60 Minutes 프로듀서 출신의 트레이너였습니다.
그는 상투적인 미디어 훈련을 전부 집어 치우고 한 가지만 요구했습니다.

"친구와 밥 먹으며 할 이야기를, 공개 석상에서 그대로 하게 만들겠습니다."

중요한 조건.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주제라면 애초에 나서지 말 것.
주제를 잘 아는 사람이 자기 언어로 이야기하면 콘텐츠는 흥미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앤드리슨은 그 뒤 30년 동안 말 잘하는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팔머 러키(Palmer Luckey), 알렉스 카프(Alex Karp), 일론 머스크, 최근의 젠슨 황.
전부 정확히 이 조언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3. 2017년, 기성 언론과 결별한 이유

앤드리슨은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전통 매체와 수없이 인터뷰했고 90%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2017년을 경계로 상황이 변했다고 합니다.
기성 언론이 권력에게 진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진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power to truth) 언론이 되었다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겁주는 방식이 됐다는 뜻입니다.

앤드리슨이 말합니다. A

"전통 매체를 통해서는, 당신 마음에 드는 기사 비슷한 것에도 이제 도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호로위츠가 거들어요. Z

이런 방식으로 "기사 한 건은 낼 수 있어도, 전략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You can land a story, but you can't run a strategy)."

거기서 나온 처방이 고 다이렉트(Go direct)입니다.
언론을 거치지 않고 자기 채널과 우리편 채널에 출연해서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전략입니다.
앤드리슨은 어린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나누는 1시간짜리 대화를 보려면, 심야 인터뷰 프로그램의 진행자 찰리 로즈를 자정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날로그 비디오 레코더도 없던 시절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만 켜면 3시간짜리 팟캐스트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4. 브랜드는 이제 사람입니다

브랜드가 회사에서 사람으로 옮겨간 이유를 두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관점으로 답해요.

호로위츠의 관점은 구조에 대한 이야깁니다.
레거시 미디어는 제한된 채널에 제한된 포맷이었고 출연하는 브랜드는 회사였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해도 돌아오는 건 인용문 한 줄, 그것도 내가 아니라 회사를 대표하는 한 줄입니다.
그러니 전략은 '흠집 안 나게 회사이름 알리기'가 되고 방어 태세로 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뉴미디어는 정반대입니다.
무제한 포맷, 무제한 채널, 그리고 브랜드는 곧 특정 사람입니다.
미국 민주당 사람들이 스페이스 X를 비난할 때 그 대상은 브랜드가 아니라 일론머스크였습니다.
팔란티어인가, 알렉스 카프인가. 앤두릴인가, 팔머 러키인가.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조직에 계속 남아있을 사람이어야 합니다.
3년 근무하고 떠나는 마케팅 부사장이 나서면 절대 안 됩니다.
a16z의 경우 서류상 CEO는 호로위츠지만 미디어 노출은 앤드리슨이 훨씬 많이 합니다.
바깥에서는 아무도 그 차이를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