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PICK INSIGHT CIRCLE Vol.5 · SPEAKER CONTENT
마케터가 매주 몇 시간씩 반복하는 일을 AI가 대신한다면, 남는 시간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광고 분석에서 시작한 작은 자동화는 리드 누수를 막고, 나아가 고객의 이탈 신호를 먼저 발견하는 시스템으로까지 확장됐습니다.
마케터의 하루에는 생각보다 반복되는 일이 많습니다.
광고 데이터를 내려받아 정리하고, 지난주와 이번 주 성과를 비교하고, 유입된 리드를 하나씩 확인하고, 여러 데이터를 보면서 이상한 변화가 없는지 살펴봅니다. 각각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사람이 매번 직접 확인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업무가 많아질수록 중요한 신호를 놓칠 가능성도 함께 커집니다.
이번 발표는 아주 현실적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AI 에이전트가 정말 마케터의 일을 바꾸고, 실제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답을 찾는 과정은 거창한 AI 시스템 구축에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시간이 많이 들던 광고 데이터 분석을 AI에게 맡겨본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작은 자동화가 성공하자 질문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사람이 놓치고 있는 리드도 AI가 찾아낼 수 있을까?”
“고객이 떠나기 전에 이상 신호를 먼저 발견할 수 있을까?”
그렇게 AI는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는 도구에서 사람이 놓치던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다음 행동까지 연결하는 도구로 확장됐습니다.
1. 72시간 걸리던 광고 분석이 30분이 됐습니다
처음부터 AI 에이전트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장의민 마케터님은 입사 후 광고 분석부터 PR, 콘텐츠, 파트너십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일이 광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시보드를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그러다 클로드를 활용해 이 업무를 줄여보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어떤 분석이 필요한지 설명하면, 클로드가 추가로 필요한 데이터를 다시 요청합니다. 필요한 정보가 모두 모이면 이를 바탕으로 분석 결과를 정리하고 대시보드까지 만들어주는 방식이었어요.
결과는 꽤 컸습니다. 광고 데이터 분석에 들던 시간은 약 90% 줄었습니다.
처음 광고 분석 대시보드를 만들었을 때는 기존에 약 72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약 30분 만에 끝낼 수 있었다고 해요.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단순히 한 업무가 빨라진 것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반복 업무에 쓰던 시간이 줄자, 장의민 마케터님은 조금 더 큰 질문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람이 바빠서 놓치고 있는 일도 AI에게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자동화의 첫 번째 효과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일을 볼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2. 챗봇에서 ‘일하는 AI’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AI 에이전트라는 말은 어렵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표에서 실제로 활용한 방식을 보면 핵심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AI에게 매번 처음부터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업무의 역할과 맥락을 미리 부여하고 반복해서 그 일을 수행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포트원의 상황과 업무 맥락을 이해시키고, 광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할, 리드를 검증하는 역할, 콘텐츠 초안을 만드는 역할을 각각 나눴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름이 ‘에이전트’인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내가 반복해서 하는 일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필요한 맥락과 데이터를 연결해주는 것. 여기에서 실제 업무 자동화가 시작됩니다.
3. 한 명의 마케터가 만든 AI 에이전트는 어떤 일을 할까요?
발표에서는 클로드를 활용해 실제 업무에 적용한 대표적인 에이전트들을 소개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각 에이전트가 단순히 인터넷에서 찾은 ‘AI 활용법’을 복사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과거 영상 PD로 일하며 익힌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 커뮤니티 매니저로 파트너십을 진행했던 경험처럼 직접 해본 업무의 방식과 판단 기준이 AI에게 맡길 일에도 반영됐습니다.
결국 AI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나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해봤는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4. 자동화는 ‘작고 반복되는 일’에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AI 에이전트를 이야기하면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고 싶어집니다.
이메일도 보내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고객도 분류하고, 보고서까지 알아서 만드는 시스템을 상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강조한 것은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AI로 지금 당장 내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작지만 매일 반복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광고 분석 자동화도 이런 방식으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AI를 활용하는 질문이 “내 일을 어떻게 빨리 할까?”에서 “우리 팀이 놓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5. 월 200~300개 리드가 들어오면, 중요한 고객을 어떻게 찾을까요?
포트원에는 매달 약 200~300개의 리드가 들어왔습니다. 문제는 이 많은 리드를 사람이 하나씩 깊게 살펴보기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당시에는 리드를 전문적으로 검증하는 SDR 조직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리드는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채 지나갈 수 있었고, 기존에 보던 몇 가지 지표만으로는 실제 잠재력이 큰 기업을 놓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규모가 큰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볼게요.
당장 발생하는 온라인 거래액만 보면 작은 리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자체의 규모와 재무 상황, 앞으로의 사업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금은 거래액이 작더라도 앞으로 중요한 고객이 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대기업 리드를 온라인 거래액 하나만 보고 놓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트원은 개발팀과 함께 Autobot을 만들었습니다.
Autobot은 유입된 기업이 기존 고객인지 확인하고, 재무 상태와 공시·IPO 정보 등 여러 데이터를 함께 살펴 이 리드가 얼마나 중요한 잠재고객인지 판단하는 일을 돕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일즈팀이 먼저 확인해야 할 리드를 골라낼 수 있게 된 것이죠.
모든 리드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것은 아닙니다. 메인 채널이 아닌 다른 경로에서 들어오는 리드는 장의민 마케터님이 별도로 만든 Claude 리드봇을 활용해 검증했습니다.
결국 달라진 것은 단순히 ‘리드를 더 빨리 확인하게 됐다’는 것만이 아니었어요.
기존에는 눈앞의 거래액만 보고 지나쳤을 수 있는 기업을, 회사의 전체적인 잠재력까지 보고 다시 발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즉, AI를 활용한 자동화가 이번에는 업무 시간을 줄이는 단계를 넘어, 놓치고 있던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일로 확장된 겁니다.
6. AI가 고객 이탈을 사람보다 먼저 발견할 수 있을까요?
다음으로 본 문제는 기존 고객의 이탈이었습니다.
B2B에서는 고객이 떠난 뒤에야 문제를 알아차리면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미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거나 경쟁사로 이동한 뒤라면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도 쉽지 않죠.
그렇다면 고객이 떠나기 전에 이상 신호를 먼저 발견할 수는 없을까요?
포트원은 결제·정산 과정에서 쌓이는 거래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데이터를 잘 살펴보면 고객이 직접 “이탈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평소와 다른 변화를 먼저 발견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꾸준히 유지되던 거래액이 갑자기 줄었다고 해볼게요. 단순한 일시적 변화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이 서비스를 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포트원은 이런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데이터 분석 에이전트를 활용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약 3,000개 고객사의 거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평소와 다른 이상 신호를 찾도록 한 것입니다. 이상이 감지되면 AM(Account Manager) 등 담당자가 해당 고객의 상황을 확인합니다. 필요하다면 고객에게 먼저 연락해 이유를 파악하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새로운 제안이나 대응을 준비할 수 있게 됐어요.
달라진 것은 이탈한 고객을 뒤늦게 확인하는 방식에서, 이탈 가능성이 보이는 고객을 먼저 발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광고 분석에서는 반복 업무를 줄였고, 리드 검증에서는 놓치던 영업 기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AI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문제의 신호를 먼저 발견하는 역할까지 하게 된 거예요.
7. AI 에이전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데이터가 흐르는 환경’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좋은 AI 도구 하나만 잘 도입하면 비슷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세 가지 사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AI가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고객 이탈을 미리 발견하려면 평소 거래 데이터를 계속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리드가 중요한지 판단하려면 기업 정보와 기존 고객 데이터뿐 아니라, 세일즈팀이 실제로 어떤 고객을 중요하게 보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광고를 분석하려면 매체별 성과 데이터가 AI가 읽고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결국 AI에게 “분석해줘”, “좋은 리드를 찾아줘”, “이탈할 고객을 알려줘”라고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 에이전트를 잘 쓰려면 데이터가 잘 공유되고, 잘 활용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AI가 일을 잘하려면 먼저 필요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데이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AI가 발견한 결과가 실제 담당자에게 전달돼 다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AI 에이전트를 잘 활용하는 일은 새로운 도구를 하나 더 도입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의 데이터가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실제 업무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일이 함께 필요합니다.
8. 그렇다면 마케터는 ‘에이전트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AI 에이전트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되면 마케터의 역할도 ‘AI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게 될까요?
인터뷰에서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케터는 여전히 제품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고객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선택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AI 에이전트는 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콘텐츠 초안을 AI가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정말 읽고 싶어 하는 표현과 마음을 움직이는 한 문장을 고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리드를 자동으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누구를 우리의 이상적인 고객으로 볼 것인지 정하는 일에는 세일즈와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사람을 만나 새로운 경험과 인사이트를 얻는 일을 AI에게 맡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할수록, 마케터는 더 많은 시간을 사람과 시장을 이해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결국, AI 에이전트의 가치는 ‘자동화 다음’에서 결정됩니다
광고 분석 시간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AI는 충분히 유용합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더 흥미로운 지점은 자동화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반복되는 광고 분석을 줄였고, 사람이 모두 보기 어려웠던 리드를 검증했고, 수천 개 고객사의 거래 데이터에서 이상 신호를 찾아 담당자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AI 에이전트의 진짜 가치는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이 놓치고 있던 문제를 발견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실제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게 할 때 비로소 비즈니스의 도구가 됩니다. 그렇다고 마케터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정의하고, 어떤 고객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고민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거대한 AI 에이전트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내가 반복한 일 중 하나를 먼저 떠올려보세요.
매주 다시 만드는 보고서일 수도 있고, 하나씩 확인하는 데이터일 수도 있습니다.
그 작은 일 하나를 AI에게 맡겨보는 것. 이번 발표에서 비즈니스까지 확장된 AI 활용도 바로 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글에서 기억할 5가지
아티클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개념을 한 번 더 정리했습니다. AI 에이전트를 실무에 적용하려면 아래 다섯 가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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