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며칠 전, ‘모두의창업’ 지원서를 작성했다.
지원서 자체가 특별한 사건은 아닐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매일 각종 프로그램과 공모전, 지원사업에 도전한다.
그런데 나는 지원서를 제출하고 나서 이상하게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합격할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라면 이걸 보고도 지원하지 않았겠구나.”
아마 모집 페이지를 잠깐 구경하고 창을 닫았을 것이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보여줄 만한 게 없는데.’
‘저런 건 뭔가 제대로 준비된 사람들이 하는 거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지원 버튼을 눌렀다.
내가 갑자기 대단해져서가 아니다.
그 사이에 생긴 것이 하나 있었다.
기록이었다.
처음부터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 콘텐츠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목적은 훨씬 현실적이었다.
내가 하는 일을 알리고 싶었다.
검색했을 때 내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객에게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대신, 글 하나를 만들어놓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썼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했다.
지식iN에도 답변을 남겼다.
영상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것들을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물론 마케팅이다.
하지만 계속 쌓다 보니 역할이 하나 더 생겼다.
콘텐츠가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대신 설명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라고 물으면 예전에는 말로 설명해야 했다.
지금은 보여줄 수 있다.
내가 어떤 질문에 답해왔는지.
어떤 주제로 글을 써왔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심지어 내가 얼마나 꾸준한 사람인지까지도 콘텐츠에 남는다.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는 일이다.
블로그 글 하나를 작성할 때는 그것이 미래의 지원서에 들어갈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상 하나를 만들면서도 그것이 언젠가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흩어져 있던 기록들이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제가 이런 걸 해왔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모두의창업’을 발견했을 때도 그랬다.
지원서에는 결국 나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무엇을 해왔는지.
왜 이걸 하려고 하는지.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는지.
예전 같았으면 여기서 막혔을 것이다.
머릿속에는 생각이 있어도 보여줄 것이 부족했을 테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블로그가 있었고,
지식iN 활동이 있었고,
영상이 있었고,
그동안 내가 만든 여러 콘텐츠가 있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두 번째 문제였다.
적어도 나는 내가 지나온 과정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 차이가 꽤 컸다.
그래서 요즘은 마케팅을 ‘판매’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마케팅을 하면 제품이 팔릴 수도 있다.
고객이 들어올 수도 있다.
조회수가 늘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꾸준히 자신을 알리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것이 생긴다.
도전할 명분이 생긴다.
콘텐츠가 없을 때는
‘내가 해도 될까?’
라고 생각했던 일이,
콘텐츠가 쌓인 뒤에는
‘일단 한번 해보자.’
로 바뀐다.
나는 이 변화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회는 항상 누군가가 직접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는 형태로만 오지 않는다.
어떤 기회는 원래부터 눈앞에 있었지만,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지나쳤던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아직 ‘모두의창업’ 결과는 모른다.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경험에서 이미 하나는 얻었다.
콘텐츠를 계속 쌓으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난다는 것.
오늘의 글 하나가 당장 돈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올린 영상 하나가 큰 조회수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기록은 남는다.
그리고 기록은 언젠가 경력이 되고,
경력은 포트폴리오가 되고,
포트폴리오는 새로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콘텐츠를 만들 때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이게 오늘 얼마를 벌어줄까?”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를 더 생각한다.
“이 기록이 나에게 다음에는 어떤 선택지를 만들어줄까?”
마케팅은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는 일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내가 갈 수 있는 다음 길까지 만들어준다.
이번 ‘모두의창업’ 지원은 그걸 확인한 작은 사건이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에는 없었던 선택지가 하나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