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AI를 잘 세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프롬프트를 다듬고 어조와 제약 조건을 꼼꼼히 적어 넣으면 기획부터 최종 발행 원고까지 한 번에 깔끔하게 나올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작업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초안이 꽤 자연스러워 보이는데도, 원자료에서 확인한 범위보다 해석이 미묘하게 넓어지는 문장들을 발견할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문제는 프롬프트의 길이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AI에게 소재 조사부터 주제 판단, 자료 검증, 문장 집필, 최종 검수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맡긴 작업 구조에도 원인이 있었습니다. 생성과 검수를 같은 단계에 몰아넣으니, AI가 문장을 매끄럽게 잇기 위해 추가한 해석이 최종 원고까지 그대로 살아남는 구조였습니다.

글쓰기 자동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길고 정교한 프롬프트를 짜는 대신, 작업 자체를 분해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편집팀을 운영할 때 기획자, 리서처, 에디터의 역할을 나누듯 콘텐츠 제작 공정을 쪼개고 각 역할에 맞는 도구를 배치했습니다.

현재 실무에 적용해 실험 중인 작업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Gemini (조사): 최신 소재와 관련 콘텐츠를 탐색하고 아이디어 후보를 수집합니다.

GPT (판단): 편집장 역할을 맡아 소재 후보 중 실제 글로 옮길 것을 판단합니다. 글의 목적과 채널별 각도를 정하고, 다음 단계에 넘길 작업 지시를 작성합니다.

NotebookLM (근거 초안): 플랫폼 전용으로 모아둔 소스(공식 자료, 운영 원칙 등)를 기반으로 초안을 만듭니다. 확인된 사실과 미확인 내용을 분리하고, 꼭 지켜야 할 기준은 변경 불가(FACT LOCK) 상태로 묶어둡니다.

GPT (검수): 초안을 중간 검수합니다. 과도한 해석이나 근거가 부족한 지점을 덜어내고 최종 집필을 위한 지시서로 정리합니다.

Gemini (집필): 검수된 초안과 사실 기준을 바탕으로 실제 읽힐 문장을 작성합니다.

GPT (최종 수정): 원고 전체를 다시 쓰지 않고 사실 과장이나 어색한 표현 등 문제 구간만 찾아 마지막으로 덜어냅니다.

가장 최근에 작업한 오마이뉴스 기사 역시 이 ‘Gemini → GPT → NotebookLM → GPT → Gemini → GPT’ 공정을 거쳐 송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최종 집필을 맡은 Gemini가 네이버 AI 브리핑 관련 기사 초안에 이렇게 썼습니다.

“AI 검색 화면 어딘가에 내 글이 그만큼 자주 등장한다는 뜻이다.”

문장 자체는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원자료에서 확인된 명확한 사실은 내 블로그 게시물이 ‘AI 브리핑에 인용된 횟수’였습니다. 검색 화면 어딘가에 등장했다는 것은 원자료가 말하는 범위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해석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최종 검수 단계를 거치며 다음과 같이 수정되었습니다.

“이 수치는 내 블로그 게시물이 AI 브리핑에 인용된 횟수를 뜻한다.”

또 AI 탭을 통해 들어온 몇 개의 문장형 검색어를 보고 집필 단계에서 이런 문장이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존 검색 패턴과 달리”

하지만 저는 기존 검색 패턴 전체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몇 개의 유입 사례를 확인했을 뿐입니다. 이 역시 검수 과정에서 표현 범위를 줄였습니다.

“AI탭 유입 내역에서는 구체적인 질문 형태의 검색어도 여러 건 확인됐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툴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제 작업에서는 한 AI가 최종 문장까지 모두 담당할 때,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해석이 원자료보다 조금 넓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른 단계에서 다른 시각으로 다시 검수했기에 그 범위를 원자료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문장을 매끄럽게 만드는 능력과, 근거가 허용하는 범위를 판단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공정을 분해하고 나니 사람이 맡는 일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뾰족해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문장을 쥐어짜는 대신 무엇을 쓸지 고르고, 어떤 사실을 믿을지 확인하고,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결정하며 굳이 필요 없는 문장은 버리는 판단의 역할로 이동했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정답은 아닙니다. 짧고 가벼운 글을 쓸 때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콘텐츠를 만들 때 결과물이 아쉽다면, 프롬프트 창을 노려보며 지시어를 더 길게 적기 전에 작업 구조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 판단, 근거 중심의 초안, 집필, 검수라는 단계를 나누고 앞선 결과를 다른 단계에서 다시 확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는 어떤 AI가 가장 글을 잘 쓰는지 묻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이렇게 질문합니다.

이 일은 어떻게 쪼개서 넘길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어느 단계에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