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한다.
매일 내 자리는 바뀐다.
내 자리를 찾아야 한다.
엘리베이터 화면에 문구가 뜬다.
근속 만료 예정자 자율 확인 기간입니다.
뭐지?
자율 확인 기간이.
나는 화면을 다시 본다.
평소라면, 지정 좌석이 먼저 떠야 했다.
잠시 뒤, 아래쪽에 한 줄이 추가된다.
확인 대상 층: 14층.
화면이 넘어가지 않는다.
층 하나만 떠 있다.
그 아래로, 작은 글씨가 한 줄씩 나타난다.
근속 만료까지 D-7
기간 중에는 층 이외의 안내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본인의 자리는, 직접 확인해 주세요.
나는 그 문구를 끝까지 읽는다.
근속 만료.
30년을 꽉 채우는 날이, 정확히 일주일 뒤라는 뜻이다.
이미 수도 없이 되뇌었던 그날.
자율 확인.
말은 그럴듯하다.
결국 이제부터 알려주지 않겠다는 소리다.
요즘 점점, 정보가 적어지더니.
이유가 있었구나.
쓴웃음을 짓는다.
30년을 다닌 사람한테, 이제 와서 자율이라니.
장난도 이 정도면 지나치다.
문이 열린다.
14층이다.
넓다.
벽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다.
책상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같은 책상이, 같은 간격으로, 줄을 맞춰 수없이 늘어서 있다.
수천 개는 되는 것 같다.
예전엔 이 책상마다 사람이 앉아 있었을 것이다.
문이 없다.
중간에 임시 가림막이 있을 뿐이다.
문 앞 표시등도 없다.
책상 모서리마다, 작은 표시등이 붙어 있다.
내 자리라면, 가까이 다가갈 때 켜질 것이다.
예전엔, 눈에 익은 책상을 알아봤다.
멀리서도, 저거다 싶었다.
여기선, 소용없다.
전부 똑같은 책상이니까.
모든 책상 위가 비어 있다.
모니터도, 서류도, 컵도 없다.
이건 도무지 사람을 위한 책상 같지가 않다.
나는 첫 번째 줄부터 걷기 시작한다.
책상 앞에 설 때마다, 모서리를 본다.
꺼져 있다.
다음 줄의 책상으로 간다.
기둥마다 시계가 걸려 있다.
09:20.
열을 바꾼다.
다시 걷는다.
꺼져 있다.
꺼져 있다.
꺼져 있다.
10:40.
103호를 찾던 날이, 떠오른다.
그날 10시 34분이 이제껏 가장 늦은 시간이었다.
오늘은 그 시간을, 이미 넘겼다.
다리가 무겁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흐른다.
예전에는, 굳이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려주던 시스템마저 없으니, 이상하게 더 혼자인 것 같다.
12:00.
점심시간이다.
그런데 아무 문구도 뜨지 않는다.
노트북은 서랍 속에 있고, 서랍은 내 책상에 있다.
내 책상을 못 찾았으니, 점심시간도 인정받지 못한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걸으면서, 봉지를 연다.
김밥 한 줄을 꺼내 한 입 베어 문다.
서서, 걸으면서.
자리 없이 먹는 김밥은 이상했다.
먹는다는 행위에도, 자리가 필요한 줄은 몰랐다.
문득, 예전 집이 떠올랐다.
집에서도, 식사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아침 7시 10분.
저녁 7시 30분.
식탁에 앉는 순서까지.
대화 시간은 20분.
산책은 일요일 오후 4시.
그리고 아이의 학습 시간.
아내의 휴식 시간.
아이는 자주 알림을 끄려 했다.
나는 다시 켰다.
그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시스템이 제때 필요한 알림을 보냈다.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집에서 쉬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의 휴식 시간도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상하다.
모든 것은 최적화되어 있는데.
나는 내 아내와 아이를 위한 가장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게 10여 년 전 일이다.
그날 아내가 마지막으로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가 신발을 신던 모습만, 흐릿하다.
집은 조용해졌고, 시스템은 그 조용함을 변동으로 분류했다.
알림이 하나 떴다.
구성원 수 변경: 3명 → 1명.
변경 사항을 승인하시겠습니까?
나는 승인했다.
서서 먹던 김밥이, 식어 있었다.
나는 남은 걸 입에 밀어 넣고, 다시 걷는다.
13:50.
다리에 힘이 빠진다.
처음으로,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다가 그대로 주저앉고 싶어진다.
안 된다.
찾으면 된다.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찾으면 된다.
찾는 사람이 남는다.
텅 빈 층에, 내 목소리가 울린다.
누구한테 들은 말이었는지, 이제는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
14:20.
언제부턴가, 눈으로만 훑게 된다.
책상 앞에 가까이 서는 것도 귀찮아져서, 멀리서 모서리만 보고 지나친다.
15:30.
그러다, 멈춘다.
이 열은, 아까도 지나쳤다.
표시등은, 가까이 가야만 켜진다.
나는 아까, 이 줄을 눈으로만 훑고 지나갔다.
발로 찾아야 했는데.
나는 돌아간다.
다시, 한 칸씩.
책상 앞에 서고, 모서리를 본다.
꺼져 있다. 꺼져 있다.
마흔 번째 열.
열한 번째 책상.
표시등이, 켜진다.
지정 좌석 — 배정 완료.
16:12.
의자에 앉는다.
숨을 크게 내쉰다.
찾았다.
손이 떨려온다.
서랍을 열어, 노트북을 꺼내고 켠다.
근태 확인이 진행됩니다.
지정 좌석 착석이 감지되었습니다.
출근이 인정되었습니다.
인정되었습니다.
이제껏 가장 늦은 시간이었다.
103호 때보다도, 훨씬.
남은 김밥 한 줄을 꺼낸다.
이번엔, 자리에 앉아서 먹는다.
아까보다는 더 맛이 났다.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습관처럼, 사내 공지 게시판을 연다.
예전엔 열어보지도 않던 곳이다.
공지사항: 0건.
장기 근속자 안내도.
미래설계 설명회도.
명예퇴직 안내도.
하나도 없다.
불필요해 보였던 것들이.
막상 하나도 없으니, 이상하게 불편하다.
나는 그 화면을 닫는다.
여섯 시가 되면, 퇴근 문구가 뜬다.
퇴근 시간입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노트북을 덮고, 서랍에 넣는다.
엘리베이터 홀로 가는 복도로 들어선다.
벽이, 텅 비어 있다.
바로 어제까지도,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던 자리였다.
명예퇴직 안내.
네모난 자국만 남아 있다.
모서리마다, 테이프 흔적 네 개.
누군가 뗐다.
나는 잠시 그 앞에, 멈춰 선다.
나랑은 상관없다고 했던 무언가.
그게 없으니까, 이상하게 더 신경이 쓰인다.
없어도 된다.
오히려 잘됐다.
신경 쓸 게, 하나 줄었으니까.
찾으면 된다.
찾는 사람은 남는다.
일주일만 더.
이제 마지막 일주일만 버티면 된다.
[회사에서 나만 휴먼 - 내 자리]
다음 편. <무뎌진 얼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