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한다.
매일 내 자리는 바뀐다.
내 자리를 찾아야 한다.
엘리베이터 화면에 문구가 뜬다.
지정 좌석: 지하 3층.
지하 3층이라니.
아주 오래전에, 주차장 쪽으로 내려와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이런 곳까지 들어와 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엔 층만 나온다.
방 번호도, 위치도 없다.
요즘 점점, 정보가 적어진다.
엘리베이터가 한참을 내려간다.
지하 1층, 지하 2층을 지나, 더 내려간다.
문이 열린다.
공기가, 다르다.
위층은 어디서나 늘 같은 온도였다.
관리 로봇들이 철저하게 조절했으니까.
보이는 곳이 망가지면, 건물의 값어치가 떨어진다.
여기는, 서늘하고 축축하다.
누군가 일부러 내려올 일은 없을 것이다.
곰팡이 냄새인지 오래된 먼지 냄새인지 모를 것이, 코끝에 닿는다.
조명이 약하다.
드문드문, 꺼진 것도 있다.
낡은 배관이, 천장을 따라 이어져 있다.
이 건물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인 것 같다.
몇 번의 증축과 리노베이션에도 이곳만은 그대로였나.
나는 복도를 따라 걷는다.
발소리가, 위층과는 다르게 울린다.
둔하고, 무겁게.
복도 끝에, 문이 하나 있다.
표시등이 켜진다.
지정 좌석 구역 — 확인 완료.
문을 연다.
비품을 올려놓을 수 있는 철제 선반이 끝도 없이 보인다.
작은 방이 아니었다.
끝도 없이 커다란 방.
이 안에 익숙한 책상 하나, 의자 하나를 찾아야 한다.
예전엔, 뭔가 다른 용도였을까.
창고였는지, 서버실이었는지.
알 수 없다.
이 안에서 익숙한 책상 하나, 의자 하나를 찾아야 한다.
나는 선반 사이를 걷기 시작한다.
23번째 선반을 지날 무렵, 구석에 익숙한 것이 눈에 보인다.
찾았다.
내 책상, 내 의자.
오늘도 내 자리를 찾았다.
의자를 당기려는데, 다리 하나가 걸린다.
책상 아래, 뭔가 끼어 있다.
몸을 숙여, 그것을 꺼낸다.
낡은 사원증이었다.
플라스틱 표면이, 누렇게 바래 있다.
사진은, 알아보기 힘들 만큼 흐릿하다.
이름도, 반쯤 지워져 있다.
날짜만, 겨우 읽힌다.
아주 오래전이다.
완전한 안면인식 구조로 바뀌며, 이런 건 사라진 지 오래됐으니까.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내가 들어온 철문이 아주 멀리서 닫히는 것 같은 소리였다.
쿵.
나는 돌아본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자동으로 닫히는 문에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다.
아니면, 배관에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다.
나는 다시 사원증을 본다.
내가 아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
아니,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전 회의실 하나가 떠올랐다.
이 사람도, 이 회사에 있었을 것이다.
이름이 있었고, 자리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사원증 하나만 남아 있다.
손에 쥔 채로,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서랍에서 꺼내 전원을 켠다.
근태 확인이 진행됩니다.
지정 좌석 착석이 감지되었습니다.
출근이 인정되었습니다.
인정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사원증을 책상 위에 올려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런 걸 받았었다.
아주 오래전에.
그때는 이 얇은 플라스틱 하나가, 내 자리를 증명해 준다고 생각했다.
사원증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신입 때였다.
30여 년 전.
인사팀에 배치된 지, 몇 달 안 됐을 때.
처음으로, 혼자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
퇴직 통보였다.
대면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게 그때는, 원칙이었다.
왜 그런 일을 신입에게 맡겼던 걸까.
나는 며칠 전부터,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몇 번이고 연습했다.
가이드를 읽고 또 읽고, 외웠다.
당일, 나는 작은 회의실에서 그 사람을 기다렸다.
준비한 문서는, 테이블 위에 있었다.
종이는 반듯했는데, 내 손은 그렇지 못했다.
그 사람이 들어왔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았다.
"오늘 좀 춥죠?"
웃으며,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웃지 못했다.
애송이처럼 보이면 안 됐다.
나에게 맡겨진 첫 임무였으니까.
자리에 앉아서, 나는 준비한 말을 꺼냈다.
문장이, 제대로 안 나왔지만 끝까지 이어갔다.
그 사람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커피를 쥔 손이, 점점 굳어갔다.
표정이, 서서히 변해갔다.
말을 다 하고 나서,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잘못한 게, 없었으니까.
문서에는 이유들이 적혀 있었다.
이유는, 어떻게든 만들어진다.
"인사팀장은요? 연락을 안 받던데?"
내가 준비한 대로 말했다.
"오늘은 제가 담당자입니다."
그 사람은 문서를 집어 들었다.
몇 줄 읽더니, 웃었다.
그건 진짜 웃음이 아니었다.
"회사가, 나한테 이렇게 한다고요?
20년을 다녔는데?"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회사의 결정이었다.
숫자를 맞춰야 했다.
그 숫자가 왜 하필, 이 사람이어야 했는지.
나는, 알지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날, 그 방 안에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회사의 결정도, 팀장의 침묵도, 숫자의 결과도.
전부, 내 입으로 나가야 했다.
한참 동안,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진짜 이유를 알고 있기라도 한 사람처럼.
그러다, 시선을 문서로 내렸다.
더 묻지 않았다.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조용히 일어나서 나갔다.
휘청거리며 걷는 뒷모습이 마지막 기억에 남았다.
컵에는, 커피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천장을 보면서, 그 사람의 목소리를 계속 떠올렸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나는 답을 찾으려 했다.
끝내, 찾지 못했다.
손이 떨렸다.
그날, 그 회의실에서도.
그날 밤, 혼자 누워서도.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의 이름을 다시 들은 적이 있다.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나는 그때도,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눈을 뜬다.
지하실의 조명이, 여전히 약하게 깜빡인다.
손을 내려다본다.
떨리지 않는다.
나는 봉지를 열었다.
김밥은 눅눅했다.
이곳의 공기를 머금은 것 같았다.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먹었다.
먹어야 하니까.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승인, 승인, 승인.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손이 느리다.
여섯 시가 되면, 알림이 뜬다.
퇴근 시간입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노트북을 덮는다.
사원증을 서랍 안에 다시 넣는다.
방을 나선다.
복도를 걸으며,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올라간다.
그때는 손이 떨렸었다.
[회사에서 나만 휴먼 - 내자리]
다음 편. <안내문이 사라진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