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높은 가격, 복잡한 페인포인트, 1:1 맞춤형 제품.
마케팅에서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키워드들을 다 갖추고도 연 반복 매출 기준 10억 원을 달성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누적 고객 2만 명 돌파, 구독 이탈률 5% 미만을 유지하면서 아름다운 성장 그래프를 만들어내고 있죠.
맞춤형 코골이 완화 장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파사(Pasa)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방문자 수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거래액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68만 원짜리 1:1 맞춤 코골이 완화 장치를 판매한다.’
듣기만 해도 막막한 이 비즈니스를 훌륭하게 해나가고 계신 더슬립팩토리 박준혁 대표님을 만나 그동안의 성장 스토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창업가, 마케터를 포함한 스타트업 종사자분들께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혁신의숲과 협업해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마케팅 PT와 혁신의숲 모두 소개하는 기업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콘텐츠에 등장하는 모든 매출 데이터의 출처는 혁신의숲입니다. 혁신의숲에서는 기업의 매출, 고용인원, 방문자, 거래액 등의 데이터를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프로 플랜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기업의 데이터 및 AI 분석 요약 등의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아이템이 독특한데요. 파사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저는 원래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운영했어요. 주로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마케팅을 대행하는 회사였죠. 치과의사이신 저희 아버지의 치과도 제가 마케팅을 해드렸고요.
아버지는 오랜 시간 턱관절과 교합 분야를 연구하시며 다양한 치료 방법을 개발해 오셨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아버지의 강점과 전문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턱관절·교합 특화 치료의 가치를 시장에 알리는 데 집중했어요.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이 있었어요. 교합 치료를 받은 환자분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자발적으로 후기를 남겨주셨는데, 그중 상당수가 “코골이가 줄었다”,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이런 후기들을 바탕으로 저희 치과는 코골이와 수면을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파사(Doctor Park’s Anti Snoring Appliance)’라는 브랜드가 시작됐어요.
Q. 사업 초기 약 200만 원에 달하는 장치를 맞추기 위해 고객분들이 치과에 ‘오픈런’을 하실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당시 어떤 마케팅을 하셨나요?
초기 제품은 지금처럼 체계화된 서비스형 제품이 아니었어요. 저희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치과를 기반으로 한 고가의 맞춤형 장치였죠. 지금의 제품이 더 많은 고객이 부담 없이 경험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고 고도화된 형태라면, 당시 제품은 보다 제한된 환경 안에서 전문성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판매하는 버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할 수 있는 모든 마케팅은 다했어요. 온라인 광고뿐 아니라 뉴스 기사, 라디오, 지역 거점 현수막 광고 등 온·오프라인 매체를 다양하게 조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프로농구팀 전자랜드를 스폰하기도 했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직접 파사를 제작해드리기도 했어요. 치어리더와 함께 “코골이는 파사”라는 사인을 들고 홍보했던 적도 있어요.
전자랜드 홈구장에서의 홍보 활동
여러 마케팅 채널을 활용해 문의를 늘리는 것보다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문의를 주신 고객분들과의 1:1 상담이었어요. 거의 모든 환자분들과 성심성의껏 1:1 상담을 진행했어요. 신뢰를 드리기 위해 ‘불만족 시 환불 보장’까지 내세우며 상당히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했고요.
이런 노력들이 입소문으로 이어졌어요. 실제로 기존 고객분들의 소개로 방문하시는 분들의 비중이 높았고, 해외에서 찾아오시는 환자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오픈런’이 가능했던 이유를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하긴 힘들 것 같아요. 제품 자체의 차별성, 치과의사가 1:1 맞춤으로 만든다는 것에 대한 신뢰, 소통 과정에서의 진정성, 공격적인 인지도 확보 등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코골이 치료기기인 양압기가 보험 적용되기 직전이었던 시장 환경 역시 분명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고요.
Q. 양압기 보험 적용 이후 상황이 바뀌었나요?
양압기가 보험 적용된 이후 거짓말처럼 매출이 떨어졌어요. 80% 이상 떨어졌던 것 같아요. 당시 저희 치과는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거의 한순간에 최하위권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모든 시스템이 코골이·수면무호흡 환자 중심으로 맞춰져 있었는데,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버티기가 힘들어진 거죠.
그래서 스타트업을 시작했어요. 병원에서 환자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거든요.
Q.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제품 가격을 68만 원까지 낮추셨는데요. 어떻게 제품 가격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나요?
사실 저희 같은 기업이 제품 가격을 낮추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워요. 일단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초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원가 절감이 안 돼요. 그렇다고 생산 설비에 큰 투자를 하기도 어렵고요.
게다가 맞춤형 제품 특성상, 전문성과 보안 이슈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워 인건비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것부터 실제 전환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마케팅 비용도 크고요. 의료기기 인허가, 인허가 유지비용, 서비스 센터 운영 비용까지 정말 돈이 폭포처럼 빠져나가요.
비용을 낮추기 위해 먼저 생산 프로세스 대부분을 3D 프린터 기반으로 자동화했어요. 환자분 개개인에 맞춰 손으로 만들던 제품을 자동화하기까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고객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구현하는 설계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1,000개가 넘는 시제품을 제품을 만들고, 제 몸으로 생체 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반복했죠.
의료기기 인허가도 아주 큰 장벽이었어요. 많은 소형 의료기기 업체들이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무너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인허가라고 생각해요. 의료기기 인허가를 위한 준비 과정, 심사 대응, 유지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크거든요. 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 과정을 제가 직접 부딪혀가며 하나씩 해결했어요. 당시에는 Chat GPT 같은 AI도 없었어요. 지금이라면 30분이면 끝날 일을 한 달 가까이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죠. 정말 잠을 거의 못 자면서 버텼던 것 같아요.
Q. 마케팅 비용도 많이 줄이셔야 했겠네요.
마케팅에서도 비용을 낮추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어요. 돈 대신 시간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일의 비중을 높였어요. 다행히 저는 평생 해온 일이 마케팅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빠르게 효율을 낼 수 있었죠.
지금도 저희 회사 안에는 광고 소재나 콘텐츠용 이미지, 영상을 찍기 위한 공간이 작게 마련되어 있어요. 마케팅에 필요한 소스들은 대부분 저와 소수의 팀원들이 기획부터 촬영까지 다 해서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채용, 외주 비용을 최대한 아끼는 것도 원가 절감에서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오피스에 마련한 마케팅 콘텐츠 촬영 공간
Q. 지금은 월 2만 원 대 구독 서비스도 함께 선보이고 계신데요. 전환 허들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셨나요?
네 맞아요. 전환 허들을 낮추기 위해서였어요. 저희 제품은 직접 체험해 봐야만 진가를 알 수 있는 제품이거든요. 실제로 사용해 본 뒤에야 “아, 이래서 계속 쓰는구나”를 느끼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객분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고객이 부담 없이 구독을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어요.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보증금도 0원으로 설정했습니다. 60만 원이 넘는 1:1 맞춤 생산 제품을 보증금 없이,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한 달 동안 체험해 본 뒤 계속 사용할지, 중단할지를 고객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했죠. 이후 사용 중에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즉시 구독을 해지할 수 있게 했고요.
구독 서비스 도입 이후 전환이 확실히 늘어났어요. 제품에 만족하신 분들은 자연스럽게 구독을 이어가셨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5명의 멤버로 이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출시 18개월 만에 ARR(연간 반복 매출) 기준 매출 10억 원을 넘겼습니다.
할인 혜택 적용 시 첫 달 5,900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Q. 코골이, 이갈이는 자기 자신도 불편을 느끼지만, 주변 사람들의 고통이 더 큰 복잡한 페인포인트인 것 같은데요. 이 시장 고객들만의 특징이 있나요?
저희 팀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코골이와 이갈이는 자기 자신도 불편을 겪지만, 실제로는 가족이나 배우자, 동거인처럼 주변 사람이 더 큰 고통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일반적인 소비재처럼 단순 1인 페인포인트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희는 고객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 보고 있어요.
1)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2) 가족이나 동거인을 위해 기꺼이 제품 사용을 시작하는 고객
데이터를 보면 리텐션이 높은 고객은 1)에 해당하는 분들이에요. 반면 2)에 해당하는 분들은 마케팅 관점에서 처음 데려오기는 쉽지만 상대적으로 이탈률도 높은 편이고요.
즉, 문제를 가장 크게 느끼는 사람과 실제로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며 적응해야 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이 시장의 가장 복잡한 특징입니다.
광고 소재에도 일부 반영된 2) 타깃을 겨냥한 메시지
Q. 그런 특징이 마케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필요를 느끼는 사람’과 ‘실제 사용자’가 다를 때, 어떻게 실제 사용자도 문제를 인식하고 계속 사용할 이유를 느끼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파사 코골이 분석 앱인데요.
이 앱은 수면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음성 기반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사용자의 코골이가 얼마나 심한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줘요. 본인의 코골이를 직접 들려주기도 하고요. 지금은 더 나아가 수면의 질을 측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계속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파사 앱을 먼저 사용해 본 뒤 장치로 이어지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장치를 먼저 사용한 뒤 앱을 함께 활용하는 분들도 있어요.
결국 저희가 집중하는 건 하나예요. 실제 사용자가 파사 서비스를 이용한 이후 자신의 코골이와 수면의 질이 얼마나 좋아졌고, 그 개선 상태가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이 단순한 마케팅 장치가 아니라, 고객의 핵심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방식이자 리텐션을 높이는 가장 본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사가 직접 개발한 앱
Q. 이 시장에서 꽤 오래 사업을 하고 계신데요. 그동안 많은 성장 실험을 해보셨을 것 같아요. 성과가 좋았던 실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고객의 구매 방식을 바꾸는 실험이 성장에 큰 기여를 했어요. 일반 판매 → 100% 환불 보장 판매 → 무료 체험 후 구독 형태로 바뀌면서 고객이 늘어나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어요.
광고 측면에서는 한때 저희 디자이너가 제작한 웹툰형 소재가 좋은 성과를 냈던 적이 있어요. 그 시기 고객획득비용(CAC)이 약 3개월 간 80% 이상 낮아질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맞춤 제작되는 의료기기 특성상 초기부터 자사몰을 구축하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최대한 단순하게 가져간 것도 주요했어요. 저희가 고객 반응을 직접 확인하면서 제품이나 메시지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었으니까요.
Q. 파사 팀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희의 핵심 성장 동력은 (특정 전술이나 실험이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힘’인 것 같아요. 트렌드, 알고리즘, 채널, 기술 같은 것들은 계속 바뀌잖아요. AI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만족에 대한 고객들의 기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지금 풀어야 할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야 결국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저희 초기 팀원들이 이런 성향을 가진 분들이라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고객이 진짜 원하는 제품을 합리적으로 공급하고, 그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어떻게든 끝까지 해내는 힘이 저희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거라고 봅니다.
Q. [비대면]으로 [맞춤형]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브랜드는 구매 전환을 위해 엄청난 신뢰 자산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신뢰를 쌓기 위해 사업 초기에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68만 원이라는 가격의 제품을, 그것도 맞춤형 의료기기를, 처음 보는 브랜드가 비대면으로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고객 입장에서는 매우 낯설고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지금보다도 인지도가 없었던 사업 초기에는 고객분들이 더 구매를 망설이셨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선택해 주신 고객분들이 소수 계셨고, 저희는 정말 그분들에게 최대한 잘해드리려고 노력했어요. 정기적으로 연락을 드려 제품은 잘 사용하고 계신지,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 확인했어요. 문제가 생기면 제가 가장 먼저 나서서 신속하게 해결해 드렸어요.
초기에는 저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팀원 한 명, 이렇게 두 명뿐이었어요. 사실상 모든 고객 응대를 직접 할 수밖에 없었죠. 덕분에 고객이 어떤 지점에서 불안해하고, 어떤 순간에 불만을 느끼고,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어요. 저는 이 경험이 지금까지도 저희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운영에도 영향을 줬나요?
지금은 제가 모든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시 제가 몸으로 익힌 고객의 불안, 불편 포인트를 팀 전체가 함께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있어요.
아무리 경험이 많은 베테랑 인재라도 파사라는 브랜드에서는 결국 모든 게 처음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개발팀, 마케팅팀, 고객지원팀을 나누어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파사의 고객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화려한 문구나 광고가 아니라 실제 고객이 느낀 불편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대응할 때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초기에 저희가 했던 노력도 본질적으로는 그 부분이었고, 지금도 그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생각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동안 여러 데모데이와 IR 행사에 나가며 투자 유치를 정말 많이 시도했지만 오랫동안 투자를 받지 못했었어요. 그러다 저희 제품을 직접 경험한 고객이셨던 투자자분을 만나 투자를 받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 역시 저희가 고객에게 쌓아온 신뢰와 집요한 대응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Q. 1년 이상 구독을 유지하는 고객 비율이 65% 이상이라고 들었습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업자이기도 하지만, 평소 여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기도 한데요. 리텐션을 ‘전략적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품이 정말 좋아야 해요. 제품이 처음부터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고, 사용 과정에서 생긴 불편을 저희가 합리적으로 해결해드려야 하죠. 그럼 고객이 떠날 이유가 없어요.
저희는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장치’나 ‘떠나려는 고객을 붙잡는 설계’ 같은 건 고민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고객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을 더 합리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죠. 이 과정에서 회사가 다소 손해를 보는 상황도 생겨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노력들이 더 큰 신뢰와 높은 리텐션으로 돌아온다고 믿고 있어요.
Q. 마케팅 대행사를 운영하시면서 고객사의 마케팅을 맡아서 해주신 경험, 그리고 내 사업의 마케팅을 직접 수행하는 경험을 모두 하셨는데요. 어떤 점에서 큰 차이를 느끼셨나요?
현업에 계신 대행사 분들이 많아 조심스럽지만, 저는 마케팅 대행과 내 사업을 마케팅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슬립팩토리를 시작하면서 저는 운영하던 대행사를 정리하고 제 브랜드(파사)에만 집중하게 됐는데요. 지금까지 하면서 느낀 건, 브랜드 하나에 모든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 지금도 론칭은 했지만 마케팅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재고로만 남아 있는 제품들이 있어요. 내 사업에서는 하나하나의 의사결정과 실행에 들어가는 정성의 크기, 그리고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최고의 마케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 생각도 창업 이후 많이 바뀌었어요. 결국 최고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그것을 고객에게 더 좋은 방식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더라고요. 퍼포먼스 기술이나 화려한 콘텐츠보다 고객이 실제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과 경험을 만드는 것이 훨씬 강력한 마케팅이라는 것을 매일 온몸으로 경험하고 깨닫고 있습니다.
창업자에게 마케팅은 단순히 몇 가지 지표 개선이 아니에요. 제품, 브랜드, 운영 방식, 고객 응대 등 모든 것이 마케팅 성과에 영향을 미쳐요. 다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요즘은 핵심 팀원들 모두가 저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단순히 ‘좋은 마케팅’을 하려고 했던 대행사 시절의 저와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어요.
Q. 사업을 시작하신 이후로 많은 의사결정을 하셨을 텐데요. 초기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는 하지 않을 결정이 있으신가요?
정말 다양한 의사결정 실패가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채용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사업 초기에는 화려한 스펙을 갖고 있거나, 유명한 프로젝트에서 성공 경험이 있는 분들을 높은 연봉으로 모셔오면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시도를 여러 번 했죠. 하지만 대부분의 채용은 제가 기대했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어요.
물론 성공적인 채용도 있었어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만나게 된 한 대표님을 저희 CTO로 모셨는데요. 당시 이분은 AI 교육 서비스를 만들고 계셨고, 저와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밤을 새우며 함께 고민하고 성장했던 분이었습니다. 저희 회사에 합류하신 이후 지난 2년 동안 저와 함께 회사의 본질적인 성장을 주도해 주셨어요.
결국 ‘열악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화려한 스펙을 가졌던 분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에요.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열심히 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들이 많아요.
사업 초기일수록 대표부터 인턴까지, 직책과 연차를 막론하고 ‘무조건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움직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를 제외한 핵심 인력 네 분 중 두 분은 저희 회사가 첫 회사예요. 그럼에도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놀라운 수준의 오너십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Q. 미국 진출도 준비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도전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큰 병목은 뭐고, 그걸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미국 사람들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 증상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수면센터나 이비인후과를 먼저 떠올려요. 즉, 치과 기반 솔루션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아직 부족한 거죠. 이 인식이 하나의 병목입니다.
또 다른 병목은 환자와 치과의사를 연결하는 구조인데요.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은 시장이 훨씬 크고 복잡해요. 환자가 어디에서 유입되는지, 어떤 경로로 치과의사와 연결되는지, 그 안에서 파사는 언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는지를 전부 새로 설계해야 하죠.
이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 저희는 직접 만든 수면 관리 앱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무작정 장치를 판매하기 전에 앱을 통해 환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하는 ‘경험’을 먼저 제공하는 거죠. 이후 단계에서 의사와 환자를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검증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앱을 접점으로 삼아 시장 진입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단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앞으로 1년 뒤, 그리고 10년 뒤 파사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요?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지만, 1년 뒤에는 국내에서 꽤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현재 저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분들과 적극적으로 접점을 만들고 있어요.
10년 뒤에는 파사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누구나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어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넘어, 수면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가장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저희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현재 파사 앱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는데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단순 코골이 측정뿐 아니라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앱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코골이가 없는 분들도 쓰실 수 있는 재밌는 기능들도 곧 추가될 예정이고요.
질 좋은 수면, 기분 좋은 아침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파사’를 검색하시면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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