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콘텐츠가 중요해진 시대, 브랜드의 진심은 더 선명해야 합니다
    1. 콘텐츠가 브랜드를 찾아가게 만드는 흐름
    2. 소비자 5명 중 3명은 콘텐츠 맥락 안에서 브랜드에 반응합니다
  2. 지우개 453개를 기록한 브랜드, 오이뮤
  3. 남의 옷까지 고쳐주는 브랜드, 파타고니아
  4. 페스티벌 화장실까지 바꾼 브랜드, 러쉬
  5.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굳이’ 할 수 있을까요?

‘굳이’의 낭만을 아시나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결국 하고야 마는 마음. 누가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오래 붙잡고, 당장 성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도 끝내 해보는 마음이요!

좋아하는 마음에는 언제나 조금의 ‘굳이’가 있는데요. 효율로만 보면 이상한데, 애정으로 보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들이 생기기도 해요. 빨리 지나가도 되는 것을 멈춰 보고, 새것을 사면 될 것을 고쳐 쓰고, 아무도 묻지 않은 이야기를 한참 설명하곤 합니다.

진심인 사람은 긍정적인 의미로 가끔 이상한 데까지 가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볼 때 마음이 움직이죠. “왜 저렇게까지 하지?” 싶다가도, 바로 그 대목에서 마음의 크기를 느끼게 되니까요.

브랜드도 그렇죠. 진심인 브랜드에는 늘 그런 순간들이 생깁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필연적으로요. 오래 기억에 남는 브랜드들은 “이걸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드러냅니다.

좋아해서, 굳이 여기까지 온 브랜드들. 어쩌면 그래서 기꺼이, 마땅히 좋아하고 싶어지는 브랜드들! 이번 글에서는 이 ‘진심’과 ‘굳이’가 그들의 제품과 콘텐츠, 마케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짧게 살펴보려고 해요.


콘텐츠가 중요해진 시대, 브랜드의 진심은 더 선명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런 이야기가 더 중요해졌을까요?

물론 브랜드의 본업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고, 불편함 없이 쓰게 하고, 약속한 품질을 지키는 일은 브랜드가 놓치면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 오래 기억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얼마 전 트렌드라이트에서 써주신 글을 봤는데요. 백화점과 편의점은 물론, 알람 앱까지 콘텐츠와 IP를 들여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콘텐츠가 브랜드를 찾아가게 만드는 흐름

편의점과 백화점도 상품을 진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고 싶어지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GS25 IP 제휴 상품

4종 모두

100만 개 이상 판매된
밀리언셀러 기록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

40% 이상

게임, 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 등
IP 콘텐츠 팝업

더현대 서울 IP 팝업 방문 1020세대

10명 중 6명

현대백화점을 처음 이용한
신규 고객

출처: GS25 IP 제휴 상품 성과,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 관련 공개 자료 기준

실제로 GS25는 2026년 1분기 출시한 IP 제휴 상품 4종이 모두 100만 개 이상 판매된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더현대 서울은 2025년 진행한 팝업스토어 600여 건 중 40% 이상이 게임·엔터테인먼트·애니메이션 등 IP 콘텐츠였다고 합니다. IP 팝업을 찾은 1020세대 고객 10명 중 6명이 현대백화점을 처음 이용한 신규 고객이었습니다.

이 사례들을 보면, 결국 브랜드가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있어서만, 기능이 좋아서만, 상품이 많아서만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접근성도, 기능도, 상품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굳이 여기를 찾아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고객이 시간을 내어 만나고 싶어지는 경험을 만들고, 다시 찾아올 이유를 콘텐츠로 쌓아가고 있습니다. 제품 상세페이지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피드, 숏폼, 뉴스레터, 팝업, 매장 직원의 말투, 댓글 하나까지 브랜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브랜드를 만나는 순간이 많아진 만큼, 브랜드가 어떤 태도로 말하고 움직이는지도 더 잘 보이게 된 것이죠.

Deloitte Creator Economy in 3D

소비자 5명 중 3명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추천한 브랜드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합니다

브랜드가 직접 “우리는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이미 좋아하는 콘텐츠와 맥락 안에서 브랜드를 만날 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출처: Deloitte, Creator Economy in 3D

소비자 역시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더 쉽게 받아들입니다. Deloitte 조사에서도 소비자 5명 중 3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추천한 브랜드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브랜드가 직접 “우리는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이미 좋아하는 콘텐츠와 맥락 안에서 브랜드를 만날 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그래서 콘텐츠는 더 이상 홍보를 위한 부가 요소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비슷한 상품과 비슷한 기능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 다른 이유를 찾게 됩니다. 이 브랜드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무엇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어떤 태도를 계속 반복해왔는지가 콘텐츠를 통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런 시대일수록 진심은 더 중요해집니다. 다만 그 진심은 “우리는 이런 가치를 믿습니다”라는 문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래 바라본 것, 꾸준히 반복한 선택, 당장 성과로 돌아오지 않아도 지켜온 태도 안에서 천천히 드러나죠.

그렇기에 지금 브랜드에게 필요한 콘텐츠는 당장 매출로 이어지거나 멋있어 보이는 콘텐츠만은 아닐지도 몰라요. 그 브랜드가 정말 좋아하는 것, 오래 붙잡아온 것, 굳이 지켜온 것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콘텐츠. 그런 콘텐츠가 결국 브랜드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지우개 453개를 기록한 브랜드, 오이뮤

지우개를 이렇게 가까이, 많이, 자세히 들여다본 적 있으신가요?

오이뮤는 약 70년간 국산 지우개를 생산해온 화랑고무와 협업해 『ERASER 453』을 만들었습니다. 1950년부터 화랑고무에서 만들어온 453개의 지우개를 살피고, 국산 지우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필통 속 작은 지우개의 가치를 다시 조명한 프로젝트였죠.

오이뮤_지우개2
오이뮤_지우개

출처: 오이뮤 OIMU

보통 지우개는 오래 간직할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쓰다 보면 닳고, 작아지고, 어느 순간 사라지는 물건이니까요. 가격도 비싸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오래 보관할 이유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이뮤는 그런 물건을 453개나 모아 살피고, 하나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오이뮤_작명소
오이뮤_향
오이뮤_색이름

출처: 오이뮤 OIMU

오이뮤의 작업은 지우개 프로젝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사라져가던 성냥은 물론, 향과 복, 우리말 색 이름처럼 익숙하지만 쉽게 지나쳤던 소재들을 제품과 책, 전시로 풀어왔습니다. 소재는 달라도 방식은 비슷합니다. 그냥 지나쳤던 물건을 다시 꺼내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쓰임을 정리한 뒤, 지금의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 형태로 바꿨죠.

이 지점에서 오이뮤의 프로젝트는 단순한 레트로 상품과 달라집니다. 오래된 물건을 예쁘게 가져오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우개 453개를 살피는 일은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과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오이뮤의 지우개는 그냥 귀여운 문구가 아니라 국산 문구의 시간과 제조사의 역사를 함께 담은 콘텐츠가 됩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중요한 것도 이 부분입니다. “우리는 오래된 것을 좋아합니다”라는 문장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라지기 쉬운 물건을 조사하고, 정리하고, 다시 볼 수 있는 제품과 책으로 만드는 일은 쉽게 따라 하기 어렵습니다. 말이 아니라 과정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오이뮤의 ‘굳이’는 기록 자체에만 있지 않습니다. 물건을 다시 보게 만드는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제품과 콘텐츠로 반복해온 데 있습니다.

남의 옷까지 고쳐주는 브랜드, 파타고니아

‘옷을 오래 입자’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 고객이 오래 입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브랜드의 중요한 활동으로 가져가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출처: 파타고니아코리아
출처: 파타고니아코리아

파타고니아가 오래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파타고니아는 뉴욕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냈었죠. 더 많이 사라고 말하는 날에, 오히려 소비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던지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당시 글에서 모두가 소비를 줄여야 하고, 기업은 더 좋은 품질의 물건을 더 적게 만들어야 하며, 고객은 구매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어요.

이후 파타고니아는 그 말을 수선과 재사용의 방식으로 이어갔습니다. 원웨어(Worn Wear)는 새 옷을 구매하기보다 기존 옷을 수선해 오래 입는 것을 권장하는 파타고니아의 대표적인 캠페인이에요.

출처: 파타고니아코리아
출처: 파타고니아코리아

여기서 중요한 건, 수선의 대상이 파타고니아 제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파타고니아코리아 원웨어 페이지에도 “브랜드를 막론하고 어떤 의류 제품이든 무상으로 수선해주는” 캠페인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물론 수선 가능한 품목과 방식에는 조건이 있겠지만, 적어도 파타고니아가 말하는 ‘오래 입기’는 자사 제품 안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꽤 어려운 선택이죠. 옷을 새로 사게 만드는 편이 매출에는 더 빠르게 도움이 되고 편합니다. 수선은 시간도 들고, 운영도 번거롭고, 당장 새 제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파타고니아는 이 일을 브랜드의 중요한 활동으로 계속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수선'은 메시지보다 강한 힘을 지닙니다. “오래 입으세요”라는 문장만 반복하는 대신, 오래 입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니까요.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말라고 말하고, 이미 가진 것을 더 오래 쓰게 돕고, 기꺼이 다른 브랜드의 옷까지 수선합니다.

파타고니아의 ‘굳이’는 수선 서비스 자체보다, 그 수선을 통해 소비의 방향을 바꾸려는 태도에 있습니다. 더 많이 파는 것보다 덜 사고 오래 쓰는 방식을 계속 말하고 실행하는 브랜드.일관성이 쌓였기 때문에 파타고니아의 콘텐츠와 캠페인은 더 강하게 남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굳이’ 할 수 있을까요?

러쉬 매장을 생각하면 향과 거품, 직원의 제품 시연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요. 제품을 진열해두고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손 위에 올려 써보게 하고 향을 맡게 하면서 브랜드를 몸으로 경험하게 하죠.

출처: LUSH
출처: LUSH

러쉬코리아는 이 방식을 페스티벌 현장으로 가져갔습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운영한 ‘프레쉬 워시룸’이 그 사례인데요. 야외 페스티벌에서 화장실은 기대감보다 아쉬움이 큰 공간입니다. 대기 줄, 냄새, 위생 문제처럼 공연의 즐거움과는 다른 불편이 따라오기 쉽죠.

러쉬는 이 불편을 피하지 않고,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가져왔습니다. 이동식 화장실에 러쉬의 향과 세정 경험을 더해, 손을 씻고 향을 맡고 몸을 정돈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죠. 포토존이나 샘플링보다 준비할 것도 많고, 현장 관리도 더 필요했을 거예요. 그래도 러쉬가 말해온 ‘신선함’과 ‘씻는 즐거움’을 보여주기에는 잘 맞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사례가 좋은 이유는 러쉬가 제품을 소개하기 좋은 자리를 고른 것이 아니라, 제품이 필요한 순간을 골랐다는 데 있습니다. 땀과 먼지가 남는 페스티벌 현장에서 씻는 경험은 훨씬 직접적으로 와닿습니다. 러쉬의 제품과 향, 세정감이 왜 필요한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니까요.

러쉬의 ‘굳이’는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 자체보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화장실을 러쉬다운 경험으로 바꿔본 데 있습니다. 그래서 프레쉬 워시룸은 러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감각을 현장에서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씻는 것에 진심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씻는 경험이 필요한 곳으로 직접 간 것이죠.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굳이’ 할 수 있을까요?

오이뮤는 지우개 453개를 기록했고, 파타고니아는 남의 옷까지 고쳐주고, 러쉬는 페스티벌 화장실까지 바꿨습니다. 세 브랜드가 한 일은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는 비슷합니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마음이 실제 행동과 콘텐츠, 운영 방식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런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건 소비자에게도 조금 다른 의미가 됩니다. 사람들은 제품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태도에 마음이 가는 사람인지도 함께 보여주게 되니까요. “나는 이런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거죠. 오래된 것을 다시 보게 만드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 오래 쓰는 태도에 마음이 가는 사람, 현장에서 직접 움직이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함은 취향이 되고, 취향은 때로 나를 설명하는 방식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가 물어야 할 질문도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콘텐츠가 반응이 좋을까, 어떤 캠페인이 더 많이 공유될까를 묻기 전에요.

우리는 무엇을 오래 바라볼 수 있을까요?

무엇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당장 성과로 돌아오지 않아도, 무엇을 굳이 지켜갈 수 있을까요?

브랜드의 진심은 한 번의 콘텐츠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번의 팝업, 한 번의 캠페인, 한 번의 바이럴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비슷한 마음으로 반복해온 선택들이 쌓여야 보입니다. 어떤 말을 계속 해왔는지, 어떤 기준을 놓치지 않았는지, 무엇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써왔는지가 쌓이면서 브랜드의 색이 됩니다.

“내가 지킨 약속들이 나를 지킨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브랜드도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오래 지켜온 약속들이 결국 우리 브랜드를 지켜줍니다. 좋아해서 굳이 해온 일들, 쉽게 넘기지 않았던 선택들, 계속 반복해온 태도들이 모여서요.

좋아해서, 굳이 여기까지 온 브랜드들. 어쩌면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는 가장 멋진 말을 가진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오래 지켜온 브랜드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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