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지 못한다. 일본인들 자신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역사적으로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문물을가져와 현지화시키고 더 세분화하게 만들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다양하게 세분화해서 만들다 보니 극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한 상품에 집중하는 경향도 강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니의 워크맨이다.
소니가 만든 워크맨은 음악을 듣는 방법을 변화시켰다.그 이후에 나온 CDP도 역시 대성공을 거두었다.하지만 MP3가 아닌 MD를 선택한 소니는MD플레이어를 개발하느라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뒤쳐졌다.나는 소니의 MD플레이어 R900을 가지고 있었는데 MD는 음악을 녹음해야 하는 최악의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니 워크맨은 애플이 만든 아이팟에게 휴대용 음악기기의 왕좌를 내줬다.아이팟은 음악을 듣는 행위를 라이프스타일로 바꿨다.
아이팟은 기능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잘 팔린 이유는 아이팟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애플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팟이 출시된 후 몇 년이 지나 아이팟은 아이폰의 기능으로 합쳐졌다. 여기에 더해진 에어팟은 무선이어폰의 전성시대를 만들었다.애플이 ‘음악’을 라이프스타일로 확장시키는 동안 소니는 mp3 워크맨의 기능에만 더 집중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현재 아이폰은 일본시장을 점령한 상태다.
개인적으로 도쿄 백화점과 상업시설의 식품관을 좋아한다.특히 일본 디저트 시장은 한국보다 3배 정도 크다. 그만큼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다양하다.특히 빵돌이인 나에게 도쿄 식품관은 가장 먼저 가는 곳 중 하나다. 미츠코시 긴자 식품관과 시부야 히카리에 백화점의 식품관인 ShinQS는 정말 좋다. 최근 한 곳이 더해졌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1층의 디저트관이다.도큐 코퍼레이션은 이곳에 에큐트에디션과 도큐푸드쇼의 디저트 부분을 입점시켰다.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1층 자체가 거대한 디저트 편십샵이다.
일본 편의점은 어떤가? 일본 편의점의 빵은 웬만한 베이커리보다 맛있다.인스타그램에서도 일본에서 먹어야 하는 편의점빵이라는 수많은 게시물을 볼 수 있다.CU는 최근 ‘BakeHouse405’라는 자체 베이커리 상품을 출시했는데 일본편의점이 떠오르는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이미 일본 편의점들은 매우 좋은 라인업의 베이커리 상품을 매달 출시한다.로손 같은 경우, 고 다바와 주기적으로 협업제품을 출시한다.패밀리마트는 패미나 베이커리라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세븐일레븐의 에그샌드위치는 아침에는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렇다고 이것을 놓고 ‘일본편의점이 한국편의점보다 한수위!’라는 우열을 가려서는 안 된다. 일본은 한국보다 1인가구가 먼저 생겼고, 편의점이 다양한 생활서비스까지 제공한 것도 한국보다 더 빠르다. 오히려 우리가 도쿄에 갈 이유는 편의점의 방향성을 고민하기 위함이다.
도쿄에서 디테일을 본다는 건 “이렇게 세세하게 했구나!”가 아니다. 그 안에는 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이후 소비인구가 계속 줄어가는 일본현실이 있다.일본은 고객중심을 넘어서 고객에게 제안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했다. 서울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소비인구가 줄어들고있다. 일본이 마주한 변화를 한국도 따라가고 있다. 이미 한국도 고객에게 제안을 해야생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성수동에 있는 개성많은 가게들과 베이커리들. 더현대서울 지하2층의 매장을 가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도쿄에는 우리가 겪을지 모를 상황에 대한 ‘세밀함’을 볼수 밖에 없다.
